투정
in Essay
- 그냥 투정, 그리고 다짐.
요즘 들어 현실이 너무 힘들다. 삶에 환기가 안 된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군대라는 벽을 일찍이 넘고 싶어 2월에 입대했다. 시기는 좋았던 것 같다. 입대하자마자 코로나가 심하게 터졌으니, 밖에 있었어도 할 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니까. 훈련소에서 힘든 훈련들도 지인들의 인터넷편지와 분대원들과의 끈끈한 전우애로 이겨냈다. 자대에 와서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뭐든 열심히 했다. 까라면 까고 힘들어도 버텼다. 그렇게 일병이 지나갔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잃은 것만 있다. 이런 현실이 힘들다. 사회에 있었을 때는 노력하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따라왔다. 적어도 내가 지나온 삶에서는. 그런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없다. 꿀도 빨 사람만 빤다고, 내 동기들부터 나랑 연락하는 몇몇 사람들 모두 편하게 군생활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들보다 부족해서일까? 내가 그들보다 노력을 덜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내가 그들보다 뛰어났으면 뛰어났고 노력했으면 더 했다. 그냥 단지 내가 운이 안 좋을 뿐이다. 내가 운이 안 좋아서 힘든 주특기를 받았을 뿐이고 몇몇 기회를 뺏겼을 뿐이다. 비교하기 싫어도 비교할 수밖에 없는 내 비참한 현실이 너무 싫다. 이렇게 나를 비교하게 만드는 군대는 더더욱 싫다. 이럴 때 휴가라도 가서 푹 쉬고 오면 좋으련만 7개월째 못 나가고 있다. 가족들도 보고 싶고 나와 함께 웃던 멀어진 친구들도 보고 싶다. 다 나의 욕심일까? 모르겠다, 이젠.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냥 이 악물고 버텨야겠다.
시간은 간다. 전역도 언제가 온다. 사회에 나가서는 그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돼야지.
내 꿈은 뭘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뭘까. 항상 생각한다.
어릴 적 나의 꿈은 그냥 ‘아빠처럼 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아빠는 삼성SDI 전지사업부에서 일하셨다. 뭣도 모르던 어린 애 시절 그냥 아빠가 삼성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런 아빠가 멋있었다. 그래서 나는 은연중에 삼성에 다닐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었던 것 같다. 군대에 입대하기 이전까지도 그런 생각만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렵다. 정확히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목표만 정하고 ‘입시 - 대학 - 군대 - 졸업 - 취업 - 연애 - 결혼’ 퀘스트 깨듯이 나아가야 하나.. 틀에 박힌 삶을 살긴 싫고, 성공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애초에 저 퀘스트 하나하나 깨는 것 자체도 엄청 힘들다. 그래도 난 나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고 싶다. 아빠처럼만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강점을 파악하고 나의 목표를 뚜렷이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면서 길을 만들어 가야지.
그에 대한 갈망과 결핍이 있는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지.
20분 뒤면 크리스마스인데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