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그 이후의 이야기
in Essay
- 전역, 그 이후의 이야기를 써보자.
전역, 그 전의 이야기
2020년 02월 10일에 입대를 해서 자가전역까지 20여일 정도 남았다. 뭐 아직 많이 남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훈련소 동기들이 하나 둘 집에 가는 걸 보니 마냥 신기루
는 아닌가 보다. 생각보다 쉬지 않고 오래 달려왔다. 달려오는 과정 속에서 역경
도 있었고 행복
도 있었다. 뭐 대부분이 역경이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됐던 것 같다. 참 신기하다. 내가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을 넘어 민간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그러면서 참 씁쓸하다. 내 인생의 1년 6개월을 갈아넣은 군생활의 결과는 보잘 것 없는 전역증 하나라는 게.
일병에서 상초
까지는 열심히는 아니지만 시간 날 때마다 공부했었던 것 같다. 근무 서면서 내 인생에 대해서 많이 고민도 하고 계획도 세웠다. 뭐 그렇다고 해서 뭔가를 이뤄내진 못했다. 상병
이 되니 몸이 많이 편해졌다. 후임도 많이 들어왔고 군생활이 슬슬 재밌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당시 휴가도 못 가고 스트레스도 누적이 된 상황에서, 현재도 살기 바쁜데 미래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이때가 내 인생에서 마음속의 화가 가장 많았던 때가 아닐까 싶다. ‘투정’ 글 보면 알 것이다. 상말
이 되니 슬슬 나의 미래가 걱정이 됐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목표에 다가가는데, 나는 입대하기 전과 똑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불안했다. 그래서 다시금 나의 진로를 그려보고 공부를 시작했다. 병장
이 되고 나서는 당장 밖에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적금이 깨지면 무엇을 살지, 복학하기까지 7개월간의 공백기를 어떻게 매울지 고민하고 있다.
군대는 남자의 마지막 휴가라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군대에서 어느정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
을 갖을 수 있다. 그래도 군대는 휴가가 아니라 인생의 낭비
다. 나는 군생활을 그다지 유용하게 활용하진 못한 것 같다. 비록 환경적인 여건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이건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이뤄내는 친구들도 있으니 말이다. 반성이 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군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
과 고민의 흔적
들은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다.
2소대, 내 형제들과 쌓은 추억은 내 군생활 중 가장 값진 것
이 아닐까 싶다. 소대원을 위해서라면 뭐든 아끼지 않았던 조우용 중위님, 나를 잘 챙겨줬던 김태현 병장, 냉철하고 이성적이었던 맞선임 이진서 병장, 선한 영향을 준 맞후임 서은총 상병, 트러블 메이커 말썽쟁이 미친놈 한진영 상병, 까불이 또라이 나에게 유일하게 선을 넘는 장난을 치던 박다현 상병, 조금 부족하지만 착하고 멘탈은 갑인 김현진 상병. 이 사람들 덕분에 군생활 재밌게, 또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고맙다. 사회로 나간다면 이 사람들과의 생활이 그리울 것 같다.
점검
진로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
결과부터 말하자면실패했다.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시작은자기 객관화
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성격은 어떤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등을 찾아봤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인지 생각해보았다. 답은yes
였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떠한 결과를 내었을 때의성취감
을 즐긴다. 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열정적인 사람
이다. 비록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 시장의 성장성, 이 분야에 대한 나의 적합성, 능력에 대한 대우 등을 따져봤을 때 이 길이틀린 길은 아닐 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다른 길로 갈 순 있겠지만 그건 앞으로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길이라 생각한다.세부분야
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과는 실패다. 분야는 매우 많다. 단순히 프론드앤드, 백앤드만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 데이터 엔지니어링,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기술들이 존재한다. 내가 이러한 기술들에 대한 어떠한 경험도 없이, 가능성을 배제한 채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너무 큰리스크
를 동반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전문적으로,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할 분야라면 적어도 내가흥미와 재미
를 느낄 수 있는 분야였으면 한다. 물론 시장의 성장성, 기술의 수요, 기술 트렌드 다 중요하지만, 기술에 대한 나의적합성
이 최우선인 것 같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분야라면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더 능숙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사회에 나갔을 때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
는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과 분야 세분화
가 될 것이다.알고리즘 공부하기
학교 수업에서 배운 Python, JAVA를 다음으로C++
을 공부했다. C++를 공부한 이유는 알고리즘을 구조화하여 프로그래밍하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수강할 여러 강의에서 사용할 언어이고 주변에서도 공부하기를 많이 추천해주었다. 알고리즘을 공부하기에 앞서 C++를 공부하자고 마음을 먹고 'Power C++'라는 책을 사서 독학하였다. 그런데 책으로 공부하면 할수록 문법 형식만 다르지 JAVA와 엇비슷한 내용이었고 책에서의 문제들도 너무 쉬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흥미가 뚝 떨어졌다. 그렇게 어영부영 공부하던 도중 ‘CodeUp’ 사이트에 있는 C++ 기초 예제 및 문제들을 발견하였다. 그 후 책으로 공부하는 방식은 접고 바로 프로그래밍에 들어갔다. 그렇게 알고리즘 문제를 하나 둘 풀어나가니 습득도 빠르고 더 재미있었다. 현재는 알고리즘은 들어가지도 못했고 자료구조에 관한 문제들 위주로 풀고 있다. 약300문제
정도를 풀었는데 대다수가 쉽고 기초적인 문제이다. 고난도의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공부해 나가야겠다.몸 만들기
군생활하면서하루의 끝은 항상 운동
이었다. 진짜 훈련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매일 운동했다. 얼마나 열심히 했냐면 근무 때문에 운동을 못하게 되면 일과를 째서라도 운동했고, 백신 맞고 머리가 어지러운데도 운동했고, 심지어 격리 기간에도 체단실에서 운동하다 상습 적발되어 진술서까지 썼다.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한 이유는 결과가 내 눈에 보이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변하는 몸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껴지고 자기만족도 할 수 있었다. 3월에 의무대 가서 인바디 쟀을 때 골격근량이 41.6kg 나왔다. 지금은 희망사항이긴 한데 한 42kg정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몸이 와 좋다 이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예전과 비교했을 때, 덩치도 많이 커졌고 몸도 힘 주면 꽤 괜찮다. 다이어트 하면 더 괜찮아질 것 같다. 몸 만들기는 군생활 목표들 중에 가장성공한 편
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전역, 그 이후의 이야기
3월 휴가 전까지 식당에 들어갈 때 QR코드를 찍는다는 것도 몰랐던 내가 사회에 나간다니 감회가 새로우면서 막막하다.
나가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렇게 고민하던 중 친구가 조언을 해주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눈앞에 놓인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라고.
맞는 말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하나씩 해결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당장 내 눈앞에 놓인 일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려 한다.
우선 푹 쉬고 싶다
. 너무 오래 쉬지 않고 달려왔다. 스트레스가 한계치까지 쌓인 상태이다. 사회 헬스장에 가 좋은 머신들도 써보고, 가족들과 외식을 하며 일상적인 삶에 적응하고,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모은 돈을 나에게 투자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
하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 다 하고 싶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지만 방역수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내 삶을 즐기고 싶다
.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다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반 이상은 이루고 싶다.
가장 중요한 진로 선택
이다. 현재는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인프런 같은 인터넷 강의 사이트를 활용하여 여러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생각이다. 토이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기술들을 접하고 활용해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탐색해야겠다. 추가적으로 가치 창출을 베이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소프트웨어를 공백 기간에 꼭 무조건 만들 것이다.
그럴싸한 계획은 세워놨지만 전역 후 나의 모습은 나도 모르겠다. 애초에 내 인생에서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목표를 한 번이라도 정리하고 살아가는 것이 그러지 않은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복학하기 전까지의 내 시간에 후회는 없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현 Github 블로그는 그냥 내 생각 정리용 블로그
로 사용하려 한다. 기술 블로그는 Tistory 블로그
로 새로 만들려 한다. 여러 면을 놓고 보았을 때 내가 Github 블로그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Tistory 블로그가 더 활용성이 높을 것 같다. 이상이다.